인도주의, 인도주의 좋지요...

아까 전에 진보 뭐시기 연합인가 하는 뉴또라이 글에 달았던 답글이지만,

애써 적은 거 아깝기도 하고 해서 그냥 새 글로 복사해 본다.

 

뭐, 굳이 해설까지는 달지 않겠다.

알아서들 이해하고 알아서들 해석하시길.

 

 

//---------------------------------------------------------------//

인도주의, 아 인도주의 중요하지요. 차는 인도로 사람은 차도로.

 

 

아 참, 생각난 김에 나 사는 집 이야기 좀 해 드리리다.

 

 

난 빌딩 구석에 세들어 살고 있소. 5층 빌딩인데, 난 반지하에 살고 있다오.

뭐, 좋게 말하면 주상복합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반 상가건물인 셈이오.

말이 좋아 주상복합이지, 1층 상가만 삐까뻔쩍했지 나머지 층은 수압이 낮아 물도 잘 안 나오고 화장실 변기도 죄 고장나 있어 참 살기 그렇지요.

특히나 내가 살고있는 건물 뒤쪽 입구의 반지하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비 오면 비가 넘쳐들고 창문 열면 정화조 냄새가 그냥 술술 풍겨들어온다오. 창문 바로 앞의 주차장은 뭔 놈의 차가 그렇게도 들락거리는 지 원...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이놈의 1층 상가에서 뭔 이벤트 행사인가를 한답시고 도우미 아가씨들을 불러 지랄 땐쓰를 추시는데... 차라리 내 집 창문 앞에서 하면 아가씨들 치마 속이라도 보겠소만 내 집 창문이 주차장 쪽으로 뚫려있어 볼 형편도 못 된다오.

 

 

이놈의 건물이 그런데, 작년 초에 건물주가 바뀌었다오.

이전 건물주는 그래도 사람이 말귀는 통하는 인간이라, 화장실 물 새면 고쳐도 주고 새로 이사오면 벽지도 갈아주고 했었다오. 대신 관리비를 조금 더 붙였지만, 이것저것 고쳐주고 손봐주는 거에 비하면 싼 편이라 그냥 보험삼아 봐 주었다오.

그런데 이번 건물주는 인간이 참으로 인간이 야매인지라, 돈 되는 1층 상가만 우대하고 나머지 층 사람들은 아주 사람으로 보지도 않더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놈의 건물 옥탑방에 노인네와 장애인들을 쳐박아놓지 않나, 누군가에게 돈이라도 쳐받았는지 집에 들어오는 전기와 가스를 기본료도 오지게 비싼 상가용으로 바꿔놓더구려. 가정용은 누진세가 많아서 전기 많이 쓰는 1층 상가에 불리해서라나 뭐라나? 그럼 1층 상가만 바꾸면 될 것을 왜 건물 전체를 바꿔놓는 건지 참 이해를 할 수가 없더구려.

뭐라고 항의라도 할라치면 바로 1층 상가의 직원들이 몰려와 집안을 깽판쳐놓고 가기 일쑤라, 이거 맘놓고 뒷담화도 못 깔 지경이라오.

 

얼마 전에는 갑자기 건물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22만원씩을 뜯어가더이다.

건물 바깥을 녹색 페인트로 새로 칠한다는 거요. 그것도 한 면이 아니고 건물 4면을 죄다.

사는 우리들이야 기가 차지요. 아니, 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는 주제에 건물 바깥을 삐까뻔쩍하게 칠하면 대저 뭣에 쓸 것이오?

게다가 하필이면 녹색이 뭐요 녹색이? 촌스럽게시리.

사실 우리 건물이 내부 구조도 그렇고 살기는 좀 지랄맞아도, 겉보기는 제법 자연미가 나는 게 이쁜 건물이었다오. 동네 사람들도 "저 집이 그래도 이쁘긴 하지"라고 인정 좀 해주는 판이었는데,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소.

 

그래서 "걍 놔두는 게 훨 이쁘오. 괴상한 칠 좀 하지 마시오"라고 따졌더니만, 다음날 아침에 보니 현관 앞에 죽은 고양이가 한 마리 놓여 있더이다. 누구 짓인지 뻔하지만 증거가 없어 참고 있었지만...

그 다음날 직접 건물주 사무실에(1층에 있소) 쳐들어가서 "아니, 그 돈을 건물주가 내야지 왜 우리가 내오?"라고 따졌다가 1층 상가 직원들에게 싸다구를 맞았소.

거 참 이해할 수 없는 게... 건물주와 상가 주인들이 대체 뭔 관계이기에 직원들이 나서서 이 사단을 내는지 모르겠소. 허 참.

 

 

 

아 참,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삼천포로 샜구려.

우리 건물 옆에는 2층짜리 허름한 집이 하나 있다오.

60년대쯤 지은 건물이라 아주 다 무너져가는데도, 집주인이 엔간히 짠돌이에 똥고집이라 고칠 생각도 안 하고 있소. 제대로 된 창문도 하나 없어서, 도무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소.

들리는 소문으로는, 건물주가 깡패라서 안에다 무슨 노가다장 같은 걸 만들어서 사람들을 가둬놓고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다 하오.

 

우리네 이전 건물주는, 아무래도 옆집에 그런 건물이 있으면 땅값이 떨어까봐 무서웠는지 옆집을 겉모양이나마 좀 고치라고 돈도 좀 대주고 그랬었소. 옆집 주인이 엿바꿔먹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번 건물주는 건물을 사자마자, 아주 옆집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공언을 하고 다녔었지요.

 

처음에는 이 인간이 깡다구가 좀 있어서 그러는 줄 알았소만, 알고보니 그것도 아니더구려.

대놓고 욕하면 맞을까봐 관리인들 시켜서 옆집 앞에 쓰레기를 갖다놓는 게 다였다니... 참 어이가 이단옆차기를 쌔려맞더구려.

못된 놈이 찌질하기까지 하다고, 그저 하는 게 뒷담화 까는 거라니 내 참.

 

그런데 그놈의 뒷담화도 까려면 제대로나 깔 것이지, 괜히 1층 조선호프에서 술취한 김에 지 자랑하며 언성 높이다가 그 뒷담화를 옆집 주인이 들어버리고 만 거 아니겠소?

원래부터 종씨 가문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람들이더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튼 그 뒷담화를 바람귀에 주워들은 옆집 주인이 아주 대박으로 열이 뻗쳤었더라오.

원래부터 깡패종자라 성깔 더러운데, 잘못 건드린 셈이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1층 인테리어집에서 키우던 개 한 마리가 옆집 주인에게 붙잡힌 사건이 생겼소.

뭐, 이전 집주인이야 옆집 주인과 그렇게까지 사이가 나쁘진 않았기에, 기왕 서로 개 키우는 거 접이나 붙여서 숫자나 불려보자는 속셈으로 가만 놔두고 있었던 거였다오.

그런데 사람이 밉게 보이면 개도 밉게 보인다고, 싸가지없는 주인집의 개 한 마리가 자기 집에 응꼬를 쳐 갈기고 있으니 이게 아름답게 보였을 리가 없지 않겠소? 복날도 가까워졌겠다, 앗싸리 몸보신이나 할 생각으로 잡아간 게지요.

이게 옥탑방 할머니네 개 같으면 잡아잡숫던 말던 상관 안 했겠지만, 하필이면 우리 건물 우대고객인 1층 인테리어집 개였으니 집주인이 덩달아 길길이 날뛰었죠. 그래도 무서워서 직접 딴지는 못 걸겠고... 열은 받고...

그래서 집주인이 택한 방법이란 게, 파출소에 신고를 하는 거였다오.

 

 

아 참, 웃기지도 않는 사건이 또 하나 있었소.

파출소 강아지 이야기인데, 파출소에서 키우던 쪼맨한 치와와가 옆집에 감히 침입(?)을 했다가 옆집 주인에서 붙잡혔더라는 거였소.

이 파출소라는 데가 제법 웃기는데, 동네 지켜준답시고 여기저기서 삥을 뜯어싸는 게 솔직히 깡패 못지 않은 집단이었다오.

그나마 얼마 전에 오씨 뭐시기인가 하는 소장이 들어오고는 삥 뜯는 게 좀 덜해지긴 했지만, 이게 대저 치안을 지키는 인간들인지 치안을 말아먹는 인간들인지 알 수가 없는 곳이었지요.

 

맘에 안 들면 어쩌겠소?

명색이 경찰인데, 밉보였다가는 뭔 덤터기를 씌워 잡아갈 지 모르니 일단 까라면 까는 게지요.

그런데 이 파출소 인간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인간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옆집 주인이었다오.

뭐 당연한 이치겠지요. 깡패가 경찰 좋아하겠소?

게다가 딴에는 협객 어쩌고 주장한다는 소문도 들려오는 걸 보니, 썩어빠진 경찰이 우스워 보이기도 했을 것이오. 그래봤자 깡패와 썩은 경찰이지만.

 

그러던 파출소의 개 한 마리가 이 옆집을 기웃거리다 붙들렸단 말이오.

파출소 입장에서야 뭐 이러나 저러나 개 한 마리니까 알 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모가지 뻣뻣~하게 세우고 다니던 동네 눈치라는 게 있어 가만 놔둘 수도 없더라는 거였지요.

 

그래서 고민 끝에 옆집 주인과 쇼부를 치러 보낸 게, 이전 파출소장이었다오. 정확히 말하면 이 전 전 파출소장이지만.

그런데 이 화상이 가서 뭔 쇼부를 쳤는지 고개를 땅바닥에 쳐박았는지, 의외로 옆집 주인이 앗쌀하게 개를 내주었더란 말이오?

 

옆집 주인 왈, "사람이 밉지 개가 밉나, 개가 뭘 알겠소.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걍 데려가시오"라고 했다더라오.

 

 

이제 제대로 돌아버린 게 우리 집 주인이었지요.

"기왕 신고하는 거, 이 새끼 콩밥 좀 먹어봐라"라는 심보로 애써 파출소에 SOS까지 때렸더만, 파출소 개까지 잡혀갔다질 않나... 파출소에서는 전 소장까지 보내서 개를 데려왔다지 않나...

그렇다고 나도 찾아가서 굽신거리자니 자존심이 허락을 못 하고, 가서 쇼부를 치자니 맞을까봐 무섭고...

 

결국 했다는 게, 1층 상가 중에서도 목청 좀 크다는 조선호프 사장 시켜서 "인도주의! 인도주의!"라고 소리 좀 질러준 게 다였더라지요.

아니나 다를까, 옆집 창문이 드르륵 열리더만 "조까라 마이싱!"이라는 딱 한 마디 들리고 말더구려.

지켜보고 있는 나야 뭐 그냥, 피식 해야지 어쩌겠소?

 

 

사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파출소집 치와와는 잡아봤자 복날 입가심거리도 안 되지만, 1층 인테리어집 똥개는 이게 살이 제법 실하더란 말이오? 그러니까 아마도 이 똥개는 잡아먹던가, 아니면 깽값이라도 받아내고 돌려주지 않을까 싶소.

 

참 웃기는 세상이오. 나쁜 놈이 못된 놈보고 니가 악당이네 뭐네 한다고 지가 깨끗해지는 게 아닌데 말이오... 세상 참.

난 그냥 이 동네 분위기나 인터넷에 끄적끄적 올려보고, 심심하면 인증샷이라도 하나쯤 찍어 올리는 게 다라오.

 

어쩌겠소.

 

내가 뭔 힘 있겠소?

by 초란군 | 2009/08/10 19:31 | 뭔가 복잡한 주절거림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choran00.egloos.com/tb/246033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