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5월 22일
정의의 유형 분류 중.
음... 역시 본질적인 내용에 의심이 간다면, 맨 처음부터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은 거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올바른 정의를 세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했다.
하지만 대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도 애매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정의론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이게 너무 애매한데다 고집스럽기까지 해서 말이지.
여튼 만형과의 대화를 통해 얻어낸 바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진지한 대화에 감사를.)
이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해석을 잘못 했었던 거다.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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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왠지 억울하다.
세상에 대해 알면 알수록, 세상은 불합리함으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고 정의롭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다구.
이전의 나는 그것이, '입법과 사법의 정의 / 생활에서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정의가 다 다르지만, 입법의 정의와 사법의 정의가 그것을 쫓아가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그것을 모두 초월하는 하나의 정의가 있었으면 했고,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가 안타깝기만 했다.
하지만 말이지... 수천년동안 사회를 연구해왔던 인류가 아직도 그 답을 못 찾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던 것 아닐까?
내가 지금의 사회를 부정해 버린다면, 인류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내가 얼마나 잘났다고, 지구가 굴러가는 원리를 알고 있는 양 떠벌이려는 것인가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어쩌면, 정의 자체가 틀린 게 아니라 정의에 대한 개념 정리가 틀린 것은 아닐까?
아니, 틀리지는 않더라도 말이지... 서로 연결지을 수 없는 개념들을 하나로 묶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모순이 생겨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이 책에서 하려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조차 세상의 모든 정의를 설명하지는 못한단 말야.
나 스스로도 도대체 정의란 개념이 무언지 감을 잡기 힘들었으니까.
그래서 한 번 정의의 형태를 분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분류해보는 건 어떨까?
1) 관념적 정의
2) 원칙적 정의
3) 행동적 정의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볼까?
A라는 사람은 너무 가난해서 자식에게 먹일 게 없자 빵가게에서 1만원어치 빵을 훔치다 잡혔어.
B라는 사람은 주머니에 담배값이 없자 구멍가게에서 담배 4갑을 훔치다 잡혔지.
이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벌을 주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보자.
1) 관념적 정의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정의'라는 거야. 말하자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서로 사랑하며 삽시다"라던가, "나쁜 짓을 하지 맙시다"라던가, "약한 사람을 배려합시다"라는 식의 당연한 이야기들이야.
세부적인 모양새나 항목의 중요도 정도는 조금씩 달라졌을지 몰라도, 이 관념적 정의의 모양새는 인류가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아.
관념적 정의에 따르자면, A는 B보다 적은 처벌을 받거나 아예 처벌을 받지 않는 게 당연해.
이유를 숫자로 정확히 증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그렇게들 생각하잖아?
2) 원칙적 정의
이건 관념적 정의하고는 달라도 크게 달라. 말 그대로 '원칙'이거든.
원칙적 정의라는 건 대부분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을 주기 위해 존재해. 그래서 바꾸어 말하자면, '법적인 정의'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법은 말이지, 피도 눈물도 없거든.
하지만 사회를 굴려나가려면, 이 원칙적 정의는 꼭 필요해.
사고를 치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걸 처벌하는 것도 사람인지라, 이게 없으면 처벌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되어버리기 마련이거든. 게다가 처벌하는 사람이 사고를 친 사람과 한 패가 아니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어?
원칙적 정의에 따르자면, A와 B는 같은 액수의 물건을 훔쳤기 때문에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해.
실제로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구? 뭐, 원칙이 그렇다는 거야. 원칙이.
3) 행동적 정의
이건 위의 두 가지 정의와는 좀 성격이 달라.
이건 말하자면 "행동 방침"을 이야기하는 거거든. 행동 방침이면 행동 방침이지, 거기에 왜 정의라는 말을 붙였느냐구?
그건, 이 행동적 정의가 "대외적인 행동 방침"이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납득할만한 논리가 있어야 하는 거거든.
만약에 어떤 사람이 "세상은 돈이 최고다"라는 행동적 정의를, 또다른 사람은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고다"라는 행동 정의를 갖고 있다고 치자구. 이건 두 사람의 행동적 정의이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어. 하지만 둘 중 어느 게 더 설득력이 있을까? 음... 많은 사람들은 후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그 사회가 합의 하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봐 나는.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 행동적 정의를 판단하는 방법이야. 위의 두 가지 정의보다 이게 더 조사하기 편하고, 원인과 결과를 증명하기 좋거든.
행동적 정의에 따르자면, A는 사회의 생존력을 높이려 한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사회의 생존력을 떨어뜨렸어.
B는 사회의 생존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있었고, 실제로도 더 큰 사회의 생존력을 떨어뜨렸어.
그러므로 A와 B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처벌의 강도는 A보다는 B가 높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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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합리함들, 뭔가 정의롭지 않은 것 같은 느낌들...
그런 것들은, 이 세 가지 정의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봤어.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정의, 그러니까 '관념적 정의 - 원칙적 정의 - 행동적 정의'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그 사회의 정의가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우리 사회의 세 가지 유형의 정의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일 거야.
그래야 내가 왜 이렇게 억울한지를 밝혀내지.
자, 이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책에서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보자.
주로 세 번째의 '행동적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거야.
하지만 이것 하나만을 논할 수도 없는 게, 사실 저 세 가지 정의들은 서로 꽤 싶은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도 나에게 주어진 숙제겠지.
뭐... 그 정도 질문에는 답할 수 있어야 정신적인 위인이 될 수 있지 않겠어?
# by | 2010/05/22 07:16 | 데이터리즘 | 트랙백 | 덧글(2)



